서시3 기름집 사장님 누님이 보내준 들깨를 자루에 담아 집 근처 시장에 있는 기름집으로 갔다.들깨 껍질 제거를 하기 위해서였다.이 작업을 아내는 '기피'라고 했고 기름집 늙은 사장도 그렇게 말했다.껍데기를 제거하는 일이면 '기피'보다는 제피(除皮)가 맞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사전을 찾아보니 거피(去皮)를 편하게 발음하면서 굳어진 말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은 단어였다.기름집 사장은 들깨를 보더니 알이 잘아서 두 번 기피를 해야 한다고 했다.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두 번 기피를 하면 날라가는게 많아서 양이 작아지는 대신 깨끗한 색의 가루를 얻을 수 있고, 한번 기피를 하면 색이 거무튀튀해지고 질감이 거칠지만 남는 양이 많고 건강에는 더 좋다고 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전화를 걸어.. 2024. 11. 14. 내가 읽은 쉬운 시 6 - 이시영의「서시」 내일부터 명절 휴가가 시작되네요. 곧 긴 귀향 행렬이 도로를 채우겠지요. 올 설은 한국에서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먼 이국에 남아 있습니다. 애초 작년 4월로 예상했던 귀국 일자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6월로 미뤄지더니 그 뒤로 한달한달 한 것이 여기까지 와서 이러다간 대보름달도 '미제(USA)'(?)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좀 달리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 사진은 이름을 잊어버린 인도네시아 작가의 작품을 사진첩에서 스캔한 것입니다. 제목이 「뿔랑 깜뿡 PULANG KAMPUNG」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니어로 "뿔랑"은 '돌아간다'는 뜻이고 "깜뿡"은 '고향이나 시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뿔랑 깜뿡'.. 2014. 5. 10. 내가 읽은 쉬운 시 4 - 윤동주 이발소 벽에 붙은 푸시킨의 시가 내가 맨 처음 읽은 시(詩)고, 한문투성이의 김소월의 시집이 내가 맨 처음 손으로 잡아본 시집이라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은 내가 맨 처음으로 산 시집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별 헤는 밤」을 배우고 난 직후였을 것이다. 그 시가 너무 좋아서 더 많은 윤동주의 시를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70년대 서울 종로2가에는 서점들이 많았다. 당시의 서점들은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가장 큰 서점이 종로서적이고, 그 옆으로 규모가 좀 작은 양우당과 그보다 더 작은 대운당(?)이라는 서점이 가까이 있었다. 나는 윤동주의 시집을 양우당에서 샀다. 정확히 기억을 하는 이유는 왜 그랬는지 시집 안쪽 표지에 그것을 적어둔 탓이다. 40년이 다 되다가보니 흰색의 표지는 갈색으.. 2014.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