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1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삶의 방향을 바꾸는 많은 일들은 갑자기, 느닷없이, 난데없이, 예기치 않게 뒤통수를 후려치며 온다. 열무김치를 담그는 명지에게 낯선 번호의 전화가 전해준 소식처럼. 현장학습 시간에 늦었다고 허둥대며 뛰어가던 남편의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명지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떠난다. 한국을 떠나 한 달 동안 비우게 된 자신의 집에서 지내보라는 친척 언니의 배려 덕이었다. 바르샤바에서도 명지의 일상은 한국에서와 다르지 않다. 아니 일상이랄 것도 없이 감각도 멈춰버린 듯한 고요한 시간을 '도랑 위에 쌀뜨물 버리듯 그냥 흘려' 보내며 지낸다. 남편을 잃기 전, 나는 내가 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랐다. 같이 사는 사람의 기척과 섞여 의식하지 못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내가 끄는 발 소리.. 2023. 1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