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윤1 수제비 당기는 날 가을비가 유난히 요란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눈부셨던 단풍들을 훑어내 듯 떨어뜨렸다. 내일부턴 기온도 뚝 떨어진단다. 겨울이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겠다. 늦가을 비와 감미로운 '배고픔'. '속살까지 뜨거워지는' 한 그릇 수제비가 당기는, 아니 '땡기는' 하루였다.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이명윤의 시 -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 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2020.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