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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5

내가 읽은 쉬운 시 108 - 이시영의「무명용사의 무덤 곁에서」 *그림 출처 : 딴지일보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가는 거짓과 위선의 여전한 소음. 그 더러운 입들 그만 닫으라. 해마다 오월만큼이라도 우리는 목숨 같은 그리움과 부끄러움으로 돌아볼 것이다. 너를 여기에 두고 화해의 시대를 외쳤구나 우리는. 총창으로 그어진 팔을 높이 들어 술잔을 부딪치며 우리는 어느 새 우리의 상처를 잊었구나. 민주주의가 온다는 광장에서 한바탕 춤을 춘 뒤 우리는 우리의 목발을 잊었구나 너를 잊기 위해 고개 저어 마침내 무덤 속 페인트칠한 채 누운 너를 잊기 위해. 그러나 햇빛 아래 네 온몸의 페인트를 벗겨내지 못한 봄은 더 이상 우리의 봄이 아니다 거짓이다 위선이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좁혀드는 총칼의 숲에 밀리다가 차가운 꽃 한 송이로 스러진 용사여 젊음이여 너를 여기 둔 채 외.. 2019. 5. 18.
내가 읽은 쉬운 시 83 - 이시영의「가을의 기운」 저 푸른 하늘 앞 어딘가 불과 얼마 전의 그 불볕 더위와 밤 새워 거세게 퍼붓던 빗줄기도 가고 있는가? 거짓말처럼 바람이 서늘하고 흰 구름이 가볍다. 아내와 산책을 위해 잠시 집을 나섰다. 산책은 아내와 나누는 깨소금 일상이었는데 집안의 우환으로 봄부터 계절이 두번이나 바뀌도록 접어두어야 했다. 주름진 시간을 견디고 있는 아내의 시린 마음을 헤아려 본다. 빨래줄 위에 내려 앉은 잠자리처럼 조용한 생활로는 언제나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장마가 지난 뒤 맑은 하늘에 흰 구름떼 드높이 나니 빨래줄 위의 고추잠자리떼 나래를 활짝 펴겠다 2018. 9. 6.
겨울 숲에서 서울에 폭설이 내렸단다. "찢어질 듯 무거운 눈송이들을 온몸우로 벼팅겨 인" 나무를 생각했다. 눈 덮힌 겨울숲은 아름답다 찢어질 듯 무거운 눈송이들을 온몸으로 버팅겨 인 채 따로따로 모여서서 거대한 침묵을 이루는 겨울 산이 더욱 좋다 나도 이제 내 몫의 침묵을 안고 돌아서야지 저 살아 있는 마을의 떨리는 불빛들 속으로 - 이시영의 시, "겨울숲에서" - *2010년 1월 샌디에고에서 쓴 글 2014. 10. 15.
2010 아내와 딸 IN 방콕 아내 그리고 딸 태국 그리고 방콕 시간 그리고 기억 가로수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나는 문득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그 옛날 우리가 새로 태어나던 날의 초록잎새처럼 아직 푸르름이 채 가시지 않았을 당신의 맑은 얼굴을 -이시영의 시, "눈이 부신 날에" - 2014. 5. 16.
내가 읽은 쉬운 시 6 - 이시영의「서시」 내일부터 명절 휴가가 시작되네요. 곧 긴 귀향 행렬이 도로를 채우겠지요. 올 설은 한국에서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먼 이국에 남아 있습니다. 애초 작년 4월로 예상했던 귀국 일자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6월로 미뤄지더니 그 뒤로 한달한달 한 것이 여기까지 와서 이러다간 대보름달도 '미제(USA)'(?)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좀 달리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 사진은 이름을 잊어버린 인도네시아 작가의 작품을 사진첩에서 스캔한 것입니다. 제목이 「뿔랑 깜뿡 PULANG KAMPUNG」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니어로 "뿔랑"은 '돌아간다'는 뜻이고 "깜뿡"은 '고향이나 시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뿔랑 깜뿡'.. 201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