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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08 - 이시영의「무명용사의 무덤 곁에서」

by 장돌뱅이. 2019. 5. 18.


*그림 출처 : 딴지일보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가는 거짓과 위선의 여전한 소음.
그 더러운 입들 그만 닫으라.

해마다 오월만큼이라도
우리는 목숨 같은 그리움과 부끄러움으로 돌아볼 것이다.


너를 여기에 두고
화해의 시대를 외쳤구나 우리는.
총창으로 그어진 팔을 높이 들어
술잔을 부딪치며
우리는 어느 새 우리의 상처를 잊었구나.
민주주의가 온다는 광장에서 한바탕 춤을 춘 뒤
우리는 우리의 목발을 잊었구나
너를 잊기 위해
고개 저어 마침내
무덤 속 페인트칠한 채 누운 너를 잊기 위해.
그러나 햇빛 아래 네 온몸의 페인트를 벗겨내지 못한 봄은
더 이상 우리의 봄이 아니다
거짓이다 위선이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좁혀드는 총칼의 숲에 밀리다가
차가운 꽃 한 송이로 스러진 용사여 젊음이여
너를 여기 둔 채 외치는 그 어떤 역사도
역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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