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내는 일상의 모든 시공간에서 그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그와 함께 걷던 기억과 그와 함께 장을 보고 그와 함께 밥 먹던 기억을, 그와 함께 먼 곳을 여행하던 기억을
'열릴 듯 닫힌' 문에 눈과 귀를 주거나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만지며 아프게 돌아본다.
내가 할 일은 그냥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차돌박이를 굽고 야채와 버섯에 소스를 뿌려 밥상에 올리며
아내의 밥 떠낸 자리가 깊어지길 기대해 보는 것이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生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일상과 단상 > 내가 읽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08 - 이시영의「무명용사의 무덤 곁에서」 (0) | 2019.05.18 |
---|---|
내가 읽은 쉬운 시 107 - 황동규의「죽로차」 (0) | 2019.05.15 |
내가 읽은 쉬운 시 105 - 김경미의 "야채사(野菜史)" (0) | 2019.05.10 |
내가 읽은 쉬운 시 104 - 김선우의「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0) | 2019.04.30 |
내가 읽은 쉬운 시 103 - 성미정의「실용적인 마술」 (0) | 2019.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