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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09 - 윤제림의「가정식 백반」

by 장돌뱅이. 2019. 5. 19.


*위 사진 : "얼갈이배추 소고기 된장국"과 "새우 마늘종 볶음" 

된장찌개(된장국)는 내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이다.
'제일 잘 만든다'는 근거는 딸아이와 사위가 그렇게 인정해준다는 것뿐이지만.
딸아이와 치열한(?) 된장찌개 배틀에서 승리를 한 전적도 있다.
판정은 '냉철하고 공정한' 의식을 지닌 사위가 해주었다.


얼갈이배추를 이용한 된장국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얼갈이 배추를 데쳐서 사용한다는 점 이외에는 다른 된장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우 마늘종 볶음"은 아내가 예전에 가끔씩 만들던 음식이다.
아내의 솜씨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내가 처음으로 만든 것도 괜찮았다.

항상 그래왔지만 특히 요즈음 내가 만드는 음식의 목적은 아내의 '식욕 증진'에 있다.
식구(食口)는 밥을 같이 먹는 관계를 말한다. 그중에 구(口)는 '입 구'이지만
원래 신에게 기도하는 글을 넣어두는 그릇의 모양을 본 뜬 글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밥을 잘 먹는 것은 그만큼 더 신에게 올바른 기도를 바치는 것이 된다고 확대 해석해도 될까?
상을 차리며 아래 시 속의 아버지처럼 아내에게 물었다.
"밥 좀 많이 풀까?"

 
   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윤제림의 시, 「가정식 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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