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11 - 양명문의 「명태」

by 장돌뱅이. 2019. 5. 26.

"맛 있기로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만큼 명태를 많이 먹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1940년 우리나라 인구가 2천2백만일 때 명태 소비량이 2억1천만마리로 한 사람이 평균 열마리를 먹을 정도였다.

명태는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던 제사상에도 오르고 새로 이사간 집 대문에도 걸리는가 하면
요즈음엔 새로 산 차의 고사를 지내는데도 쓰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식재료로서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친근한 어류다보니 이름도 50개가 넘어 물고기 중 가장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지역에 따라, 잡는 방법이나 시기에 따라, 손질 방법에 따라, 조리 방법에 따라 다양하다.
생태, 북어, 동태, 황태, 노가리, 파태, 흑태, 짝태, 애태, 왜태, 깡태, 백태, 골태, 봉태,꺽태, 난태, 낚시태, 망태 등등.

조리법도 다양해서 살로는 국, 조림, 찜, 구이, 무침, 전 짱아치, 포, 식혜 등을 만든다.
회냉면에 고명처럼 얹어내기도 한다.

내장으로는 창란젓, 알로는 명란젓, 대가리로는 귀세미젓, 아가미로는 만드는 서거리젓을 만든다.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어류이다.

명태를 보름쯤 건조시켜 삐둘삐둘 해진 것이 코다리다. 노노스쿨에서 코다리로 강정을 만들었다.
과류로 아몬드 대신 잣을 넣는 것을 빼곤 그대로 따라해 보았다.
그리고 아내와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오래간만이었다. 
힘든 고비를 넘은 사람에게 반복의 일상은 당연이 아니라 축복으로 다가온다.
"WHO EATS WELL, LIVES WELL!" 

「명태」는 사실 양명문의 시보다 노래로 먼저 알게 되었다
70년 대 학창시절 광화문 지금의 교보빌딩 뒷골목이나 학교 앞 술자리에서 
누군가 불콰해진 얼굴로 눈을 감고 부르던 노래가 「명태」였다. 뒤이어 성악가 오현명의 노래로 듣게 되었다.
시에는 없는 "크흐!"나 "허허허", "쯔쯔쯔" 하는 뒷소리가 노래에는 들어있어 훨씬 더 명태를 씹는(?) 맛이 났다.
바로 그 소리 때문에 「명태」는 술자리마다 자주 불려졌다.


감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元山)구경이나 한 후
에지프트의 왕(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