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쪽으로1 해 지는 풍경을 넘어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들판에 꽃잎은 시들고나마저 없는 저쪽 산마루- 박정만, 「해 지는 쪽으로」-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어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려는 의지를 담은 불교의 선시(禪詩) 같지만, '들판에 꽃잎은 시들고'가 발목을 잡는다. 혹 모든 것이 스러지는 해질녘, 고통에 몸부림치는 지금 여기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인 박정만의 삶이 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80년대 이른바 '한수산 필화 사건'에 연루되어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후유증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애초에 그 필화 사건이라는 게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박정만의 경우는 더 황당한 일이었다.한수산은 7080 시대에 감각적인 문체의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작가였다.떠돌이 유랑곡마단의 쇄락해져가.. 2024. 8.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