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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밥을 먹으며 시를 읽는데

by 장돌뱅이. 2014. 10. 8.


아내가 한국에 가기 전
냉장고 냉동실에 덥혀 먹기 좋게
나누어 얼려놓은 국을 해동시켜
저녁밥을 먹으며 시를 읽는데
이런 시가 눈에 들어왔다.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 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감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 이재무의 시, "국수" -

마지막 소절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시인이 부부싸움이라도 했을까?
아내가 화가 났던가 보다.

시인의 아내처럼 화가 나서 간 것은 아니지만
불현듯 나도 한국에 있는 아내 생각이 났다.
눈에 보이는 사진 몇장을 모아보았다.

*2010년3월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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