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날,
아내는 서둘러 집 근처 공원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 신랑이 올 때까지 지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꽃들에게 부탁을 했었다고.
그 때문인지 꽃은 여전히 환한 자태로
나를 맞아 주었다.
게다가 유난스런 올봄의 심술스런 날씨에
앞서 떨어져내린 꽃잎들마저
땅 위에 눈부신 꽃길을 만들고 있었다.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안도현의 시, "3월에서 4월 사이"-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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