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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33 - 김사인의「주왕산에서」

by 장돌뱅이. 2015. 9. 19.


여의도에서 일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의 가을이
길끝까지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햇빛은 어찌나 눈이 부신지 나는 하마트면 눈물 흘릴 뻔했네'
조동진의 노래 "아침기차" 뒷소절만 반복하여 흥얼거리며
잠시 여의도 공원의 숲길을 걸어보았습니다.


   가을볕
   이 엄숙한 투명 앞에 서면
   썼던 모자도 다시 벗어야 할 것 같다
   곱게 늙은 나뭇잎들 소리내며 구르고
   아직 목숨 붙은 것들 맑게 서로 몸 부비는 소리
   아무도 남은 길 더는 가지 않고
   온 길을 되돌아보며
   까칠한 입술에 한 개피씩 담배를 빼문다

   어떤 얼굴로 저 가을볕 속에 서면
   사람은 비로소 잘 익은 게 되리

   바지랑대도 닿지 않는 아슬한 꼭대기
   혼자 남아 지키는 감처럼
   닥쳐올 그 어느 시간의 예감을 지키며
   기다려야 한다면
   나는 이 맑음 속에 어떤 자세로 앉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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