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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행복한 영화보기 11. - 가문의 영광

by 장돌뱅이. 2005. 2. 26.


딸아이는 나의 영화를 보는 안목을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자기가 재미있다는 영화를 자주 ‘별로’라고 표현했고
자기가 졸다 나온 영화엔 후한 점수를 주어왔다는 것이다.

‘가문의 영광’은 딸아이가 ‘강추’한 영화이다.
아내와 나는 이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비디오로 봤다. 작년 한 해 한국 영화를 휩쓸었던 ‘조폭’ 관련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에 대해 내가 평가를 하면 딸아이는 또 나의 '안목 없음'을 지적할 터이니 접어두고 유동근이란 배우를 말해보자.

유동근은 텔레비전 사극에서 왕으로 나올 때 그의 진가가 살아난다.
연산군, 태종, 대원군역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불을 뿜는 듯했다.
그리고 몇 년 전 황신혜와 열연하며 장안에 푸른색 와이셔츠를 유행시켰던
‘애인’인가 하는 연속극에서도
진지한 그의 연기는 빼어났다.
그런데 그가 코미디 영화 속에서 건달 역할을 하거나 요즈음의 연속극인
‘아내’에서처럼 약간 덜떨어진 역을 할 때면
나는 뭔가 어색함에 불편해진다.

진지한 역(役)을 할 때 그는 그만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그 장점의 강렬함이 다른 역(役)에선 단점이 되는 듯하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슴의 뿔이 때로는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리는 이유가 되듯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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