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나의 영화를 보는 안목을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자기가 재미있다는 영화를 자주 ‘별로’라고 표현했고
자기가 졸다 나온 영화엔 후한 점수를 주어왔다는 것이다.
‘가문의 영광’은 딸아이가 ‘강추’한 영화이다.
아내와 나는 이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비디오로 봤다. 작년 한 해 한국 영화를 휩쓸었던 ‘조폭’ 관련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에 대해 내가 평가를 하면 딸아이는 또 나의 '안목 없음'을 지적할 터이니 접어두고 유동근이란 배우를 말해보자.
유동근은 텔레비전 사극에서 왕으로 나올 때 그의 진가가 살아난다.
연산군, 태종, 대원군역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불을 뿜는 듯했다.
그리고 몇 년 전 황신혜와 열연하며 장안에 푸른색 와이셔츠를 유행시켰던
‘애인’인가 하는 연속극에서도 진지한 그의 연기는 빼어났다.
그런데 그가 코미디 영화 속에서 건달 역할을 하거나 요즈음의 연속극인
‘아내’에서처럼 약간 덜떨어진 역을 할 때면 나는 뭔가 어색함에 불편해진다.
진지한 역(役)을 할 때 그는 그만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그 장점의 강렬함이 다른 역(役)에선 단점이 되는 듯하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슴의 뿔이 때로는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리는 이유가 되듯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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