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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행복한 영화보기 9. - 이중간첩

by 장돌뱅이. 2005. 2. 25.


오래간만에 영화 속에서 한석규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쉬리‘속의 한석규보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초록 물고기’의 한석규를 좋아한다.
그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미소가 나는 좋다.


그러나 이중간첩은 무겁고 우울한 영화다.
모든 등장인물은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열심인 듯 보이나 진실함의 바탕 위에 있지 못하다.  
병든 삶이다.
분단 속에 사는 우리 시대의 모습이 그렇듯이.

어떤 이는 이 영화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남에도 북에도 절망하였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은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을 받았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스스로 자살을 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누군가의 손에 타살을 당한다.

그랬다.
사연은 다르지만 버림받은 이 땅의 젊은 영혼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비록 영화 속에 한석규가 죽음을 무릅쓰고 남으로 위장 탈출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더라도.

한석규는 이번 영화의 선택에 각별한 고려를 했다고 들었다.
다른 영화의 출연을 사양하면서까지 몰입한 이중간첩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그의 모습과 연기가 여전하였기에 아쉬움의 탓이 그 자신은 아닐지 몰라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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