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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행복한 영화보기 7. - 피아니스트

by 장돌뱅이. 2005. 2. 25.


스필만은 폴란드에 살고 있던 유태계 피아니스트이다.

1939년 독일은 유태인들을 게토에 격리 수용시킨다.
그리고 강제노역과 죽음의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되는 섬뜩한 학살이 이어진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여인은 대답 대신 느닷없는 독일군의 총에 쓰러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열에서 무작위로 지명된 사람들은 그냥 지명되었다는 불운만으로 죽임을 당한다.
거침없이 머리에 총을 쏘아대다 총알이 떨어지면
탄창을 갈아 끼워 가며 죽인다.
그 와중에 스필만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굶주림과 부상.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폐허가 된 바르샤바의 텅 빈 집을 뒤지던 스필만은 독일군 장교와 마주친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스필만은 피아니스트라고 대답한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독일군 장교는 스필만에게 피아노 연주를 제의한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연주를 스필만은 혼신의 힘으로 해낸다.

그리고 살아남는다. 폴란드의 유명 피아니스트가 2차대전 중에 겪은 실화라고 한다.

“역시 예체능 교육은 필요해.”
“만약에 스필만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였다면, 그래서 독일군 장교가 ‘한번
달려봐‘라고 했다면 스필만은 어쨌을까?

아내와 딸아이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극장을 나오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누가 있어 내게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름 석 자 이외에 무엇으로 나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세상의 무엇이 되어 살아있는 것일까?
'장돌뱅이?......'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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