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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행복한 영화보기 8.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by 장돌뱅이. 2005. 2. 25.


학창 시절, 소설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상상하던 감동적인 풍경을 깨뜨리기 싫어

(그 무렵 단체관람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보았던) 오마샤리프 주연의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지 않겠다던 녀석이 있었다.

그 후로 많은 영화화된 문학작품을 보면서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보다 훨씬 장대하고,
(소설은 아니지만) 이태의 남부군은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보다 더 생생한 울림이 있었다.

문제는 상상력의 힘이었다.
활자를 읽으며 머리로 그리는 모습은 언제나 읽는 사람이 상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되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화면은 상상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어떤 고정된 개념을 주입하게 된다.
따라서 그렇게 가시화시킨 어떤 형상이 소설로 먼저 읽을 때

머릿속으로 그렸던 상상 속의 이미지에 미치지 못하면(그럴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딸아이의 의견에 따르면 적어도 해리포터의 경우는 다르다.
딸아이는 책 속에서 상상되던 주인공의 모습들과 영화 속 등장인물의 모습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해리포터는 조앤.K.롤링이라는 영국 작가를 하루아침에 돈방석 위에 올려놓은 소설이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은 2편이다.
나는 (딸아이의 강권에 밀려) ‘마법사의 돌‘은 책으로 보았고 이번에 ’비밀의 방‘은 영화로 보았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만큼은 내게도 재미있었다.

악마와 벌이는 결투신보다 마법사 학교의 교육 내용과 일상 속에서 더 기발한 상상을 본다.
나르는 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퀴디치라는 운동경기는 마치 지금도 먼 나라 어디쯤엔 실재하는 경기 같지 않은가.

해리포터의 세계에서 마법의 존재를 믿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머글이라 부른다.
작가가 의도했건 안 했건 일상에 매몰되어 새로운 세계에 눈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도 되는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경이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대하는 사람에게 일상은 언제나 모험에 가득 찬, 흥미진진한 마법의 세계 아니겠는가.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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