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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은빛 억새가 있는 산행2 - 명성산

by 장돌뱅이. 2012. 5. 24.

 2. 경기 포천 명성산 (鳴聲山).
한자 이름이 울 ‘명’(鳴)과 소리 ‘성’(聲)이니 우리 말로는 울음산이 되겠다.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크게 울었다는 이야기와
신라의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망국의 슬픔으로 이곳에서 통곡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명성산이라 이름 지어진 내력으로 전해 온다.

산정호수 옆의 주차장에서 바라본 명성산은 바위 봉우리가 우뚝하여 산세가 험준해 보였다.
그러나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거쳐 오르는 통상적인 산행길은 뜻밖에도 평이했다.
아내는 오서산에서와는 달리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달았다.
1시간쯤 올랐을까?
어느 순간 아내는 발길을 멈추며 탄성을 질렀다.
“와아!... ”
뒤따라오던 다른 등산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흰 억새꽃 무리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삼각봉의 9부 능선 부근이었다.
능선에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는 억새꽃마다 가을의 맑은 햇살이 탐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아내도 나도 발걸음이 자꾸 더디어졌다.

우리는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천천히 반복해서 오르내렸다. 억새에 취해 산 정상에
오르려던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는데 전혀 미련이 남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다.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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