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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끝)

by 장돌뱅이. 2023. 7. 9.

이번 여행은 이제까지 태국 여행 중에서 가장 태국 음식을 가장 적게 먹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호텔 안에서 가장 많이 식사를 한 여행이었다. 물론 저하 덕분(?)이다.

태국 음식점에 갈 경우에 대비하여 생선 튀김(쁠라텃), 생선 '탕수육'(팟프리완 무), 생선간장찜(쁠라능시유), 닭고기 튀김(까이텃이나 까이호빠이토이), 스프링롤(뽀삐아) 같은 자극적이지 않은 태국 음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런 걸 제대로 써먹을 기회는 오지 않았다.


터미널 21 식당 "후지(FUJI)"
도착 첫날 저녁 식사는 호텔 근처에 있는 터미널 21에서 했다.
터미널 21은 이전에 파타야에 왔을 때는 없던 곳이라 구경도 할 겸, 첫 식사는 저하의 입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일식당 "후지"로 정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저하는 치킨데리야키, 볶음밥 등 달달고소한 일본음식을 만족스러원했다. 하지만 이날 저하에게 최고의 음식은 처음으로 알게 된 수박주스(땡모빤)였다. 이후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침 뷔페를 빼곤 모든 식사에서 땡모빤이 빠지지 않게 되었다.


스페이스 조식 식당 "ORBIT"
창 밖 풍경이 시원스러운 스페이스 호텔의 ORBIT에는 매일 아침 김밥이 있었다. 평소 아내가 만든 김밥을 좋아하는 저하가 이상하게 거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궁금해진 아내가 물었다.
"김밥이 있는데 왜 안 먹어?"
저하가 간단히 대답했다.
"햄이 안 들어 있어서."

음식은 크게 두 종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거.
무심한 듯 그걸 가리는 저하의 눈빛 스캔 능력(?)이 예리하달 수 있지만 사실 누구나 자신이 먹는 음식엔 그럴 것이다.


"스페이스 BEACH BAR"
딸아이가 어렸을 적 어떤 음식이 마음에 들면 외식을 할 때마다  매번 그 음식만을 고집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빔밥이 그랬고 곱창이 그랬고 소고기구이가 그랬다. 아내와 내가 물려서 '제발 그만'이라고 손사래를 쳐도 딸아이는 굳건했다.

저하가 수영장 옆 BEACH BAR에서 먹은 음식에 꽂혔다. 물론 땡모빤도 같이였다.
그 뒤론 점심때마다 주문이 한결같았다.
"어제 먹은 데서 어제 먹은 걸로만!"
아내와 나는 모전자전(母傳子傳)이라고 웃었다.

매번 땡모빤만 먹길래 망고주스도 시켜서 맛을 보라고 했더니 아래 사진처럼 먹었다.
그리고 결국 두 가지가 다 저하의 차지가 되었다. 


중식당 "동원각"
"태국에는 탕수육 없어요?"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아내와 말을 주고받는데 저하가 불쑥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하명을 받았으니 구글을 검색해야 했다.
마침 숙소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동원각"이라는 한국식 중식당이 있었다.
구글의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딸아이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헐...... 태국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이라니!"
아내와 나로서도 전에 없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저하가 원한 탕수육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ORB Cafe and Meal 
호텔을 들고날 때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식당 ORB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의 내외부가 단정해 보였다. 저녁 식사를 위해 이곳을 한번 찾았다. 음식도 식당의 모습처럼 깔끔한 맛이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땡모빤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SOLA & LUNA
마지막 날이 되자 저하는 낮부터 여행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말을 하면서 점점 상심이 커지는지 울먹이기까지 했다.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스페이스 호텔의 루프탑 식당 SOLA & LUNA에서 했다.
바로 아래로는 수영장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는 파타야 만이 건너다 보이는 곳이었다. 바다에서는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저하는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잠시 아쉬움을 잊은 듯 즐겁게 먹어주었다.  음식은 때때로 그렇게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금강산만 '식후경'의 대상은 아니다. '밥 먹고 합시다'라는 말에는 번잡한 일상의 무게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려는 여유와 정서적 해방감도 들어있는 것이다.

딸아이와 사위가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우리와 헤어지자 저하는 잠시 눈물을 보였다고 딸아이가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내 특유의 유쾌함을 되찾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태국 다녀왔다고, 태국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 같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아내와 내가 함께 한 여행 중에 가장 특별할 수도 있는 여행 한 편이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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