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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5

by 장돌뱅이. 2023. 7. 8.

아내와 내가 스노클링을 처음 해본 건 코끼리 타기처럼 딸아이가 지금의 저하 나이인 30여 년 전 인도네시아 뿔라우 스리브(Pulau Seribu)에서였다. 지금은 그곳 바닷속 모습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지만 그때는 예쁜 산호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열대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을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던 곳이었다. (*이전 글 참조 : 딸아이의 어린 시절 4 - 천 개의 섬 )

아침에 호텔에서 픽업차량을 타고 오션 마리나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나는 30여 년 전의 그때를 떠올렸다. 아침 분위기도 길거리의 모습도 그때와 비슷했다. 딸아이 대신 저하가 있는 것만 달랐다. 지나고 보면 빠른 세월이다. 

예전 딸아이에게 그랬듯 저하와 손을 잡고 스노클링을 하며 아름다운 바닷속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파타야 인근에서 그런 바다를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요트를 타고 바다를 보고 바다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투어는 다행히 스노클링 이외에 바다낚시와 원숭이섬 구경하기, 바나나보트 타기 등의 몇 가지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었다.

저하에게 잡혀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멍청한 물고기 한 마리가 나에게 걸렸다.
승객과 요트 직원 합쳐 20여 명 중에 손맛을 본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선장이 여러 마리를 잡아서 회를 떠주었다. 승객들이 십시일반으로 얼마씩 모아 근처 어부에게서 갑오징어를 사서 구워 먹기도 했다. 

저하는 바나나보트를 타는 동안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나도 함께 소리를 지르자 함께 보트를 탄 다른 일행들도 경쟁하듯 소리를 질렀다.

바닷물에도 겁없이 풍덩 뛰어들었다. 안타깝게도 물속 시야가 흐려서 바닷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저하는 개의치 않고 물장구를 쳤다. 스노클링 기어가 거추장스럽다며 대신 물안경만 쓰고 이곳저곳을 수영을 하던 끝에 새삼 깨달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닷물이 정말 짜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하는 잠이 들었다. 혹시 더위라도 먹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저하는 뙤약볕에 미니골프를 무려 36홀이나 돌고 나서도 다시 유수풀과 워터슬라이드와 파도풀을 차례로  돌며 수영을 했다. 

나는 방에 가서 USB에 담아 온 <<최강전사 미니특공대>>를 보며 쉬는 게 어떻겠냐고 사정을 하며 쫓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이여! 부디 체력을 키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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