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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2

by 장돌뱅이. 2023. 7. 5.

스페이스 호텔의 수영장에는 저하에게 3개의 놀이터가 있다.
물이 흐르는 풀(유수풀)과 물미끄럼틀(워터슬라이드), 그리고 파도가 치는 풀장이다.
저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세 곳을 교대로 옮겨 다녔다. 나는 저하를 근접 경호(?) 하며 함께 놀았다.
가끔씩 아내가 역할을 교대했다.

유수풀은 숲 사이로 흐르는 물로 이어져 계속 따라가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형상이었다.
물의 깊이는 1미터로 일정해서 어린아이들에겐 최적이었다. 곳곳에 안개가 뿜어져 나오거나 동굴과 폭포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하는 그런 코스를 지날 때마다 마귀나 독거미와 싸우는 상상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어냈다. 물에 떠내려 가는 나뭇잎을 헤엄쳐 구해내(?) 소중한 보석처럼 손에 쥐고 다녔다. 나는 가끔씩 물속으로 잠수하여 저하의 다리를 낚아채며 마귀의 부하를 자처하기도 했다. 

저하는 수영을 하면서 잠시도 말을 쉬지 않아 자주 수영장 물을 들이켜고 컥컥거리곤 했다.
수영장 물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수영을 할 때는 숨을 쉬는 '음파'만 하고 말은 정지했을 때만 하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딸아이가 어렸을 적 별명이 동키(영화 <<슈렉>>에 나오는 수다쟁이 당나귀)였음을 떠올리며 모전자전이라고 웃었다.

우기철임에도 여행 내내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저하의 재잘거림과 물장구치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문득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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