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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1

by 장돌뱅이. 2023. 7. 3.

2017년 아직 손자저하가 채 한 살이 되기 전 방콕을 여행한 적이 있다.
출산과 육아로 고생을 한 딸과 사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에, 손자가 태어나면 열대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아내의 오랜 소망을 담은 여행이었다.

나는 인천공항 출발 라운지에서부터 돌아와 공항에서 헤어질 때까지 캥거루처럼 저하를 앞에 품고 다녔다. 손자도 나만 바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식구들은 아마 전생에 연인 관계인 것 같다고 킥킥거렸다.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저하의 몸짓과 옹알거림은 감미로웠다.

*이상 2017년의 방콕여행

저하는 그 뒤로 우리(아내와 나, 딸아이네)와 마카오를 여행했고 제 부모와 서너 번의 해외여행을 더 했다. 그리고 하늘길마저 정지시킨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 시기에 태어난 둘째저하는 제 형과 같은 여행 경험을 할 수 없는 불운한 세대이다.)

세월이 흘러 저하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코로나 장벽이 낮아지면서 부모 동행 없이 저하만을 모시고 하는 여행을  아내와 생각했다.
여행 준비는 호텔에 워터슬라이드가 있는 곳을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코타키나발루, 세부, 발리, 다낭, 푸껫, 파타야가 대상이었다. 그중 비행시간, 여행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 수영장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파타야로 결정을 했다. 파타야의 숙소로는 그랜드 미라지와 CENTER POINT SPACE PATTAYA(이하 스페이스)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스페이스를 선택했다. 최근에 문을 열어 '유적은 오래될수록, 호텔은 새로울수록 좋다'는 세간의 조건에 부합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수영장의 시설이 저하를 만족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흠이라면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저하와 하는 여행은 준비부터 이제까지 아내와 하는 여행과 전혀  달랐다. 아내와는 언제부터인가 항공편과 숙소만 정하고 떠나는 식이어서 준비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저하의 경우는 5박 6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다양한 데이투어 프로그램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도 준비해야 했고, 저하의 입맛에 맞춰 자극적인 태국 음식을 피해서 식당과 메뉴를 조사해야 했다.
'OF THE 저하, BY THE 저하, FOR THE 저하!'


세부 일정표를 만들어 딸아이네에게 보내주자 딸아이의 답변이 왔다.
"아빠의 MBTI는 J가 분명! 엄마 아빠랑 보내니 저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두 분이 힘들까 봐 그게 걱정이지요."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출발 전 날 저하는 우리집에서 잤다.  '이제부터 여행 시작'이라며 저하는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물어보니 2017년의 방콕 여행은 물론 코로나 이전까지 몇 차례 다녀온 외국여행 어느 것도 기억을 못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그의 기억 속에 남을 첫 여행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나는 자못 진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뒷날 아침, 저하는 깨우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일찍 일어났다. 

저하는 5시간 반의 비행을 하는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쉼 없이 묻고 재잘거렸다.
그러다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한 끝에 드디어 태국 파타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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