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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방콕2023(끝) - 이런저런

by 장돌뱅이. 2023. 4. 26.

태국은 국민의 94%가 불교를 믿는다. 호텔, 상점, 길거리 등 도처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특히나 송크란 시기여서 여느 때보다 부처님은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부처님 꽃을 바치고 기도를 하고 어깨에 물을 부었다(부처님을 씻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기도하는 여인.
천주교 신자로서 나의 기도는 저런 정갈함, 엄숙함, (뭔지 모를) 절실함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여인이 합장의 손을 풀 때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방콕의 전철(BTS) 칫롬역에서 내려 센트럴월드 쪽으로 가다 보면 사거리 한 모퉁이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태국인들에게 유명한 에라완 사당(ERAWAN SHRINE)이다.
특이하게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 신 브라흐마(BRAHMA)를 모신 곳이다. 


1950년대 이곳에 그랜드하얏트 에라완 호텔을 지을 때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이때 한 힌두교 성직자가 호텔 주변의 나쁜 기운 때문이라 하여 사당을 세우자 사고가 없어지고 호텔도 무사히 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불교신자인 태국인들도 이곳 힌두신에게 꽃과 향을 봉헌하며 소망을 비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시간이 맞으면 사당 옆 건물에서 무용수들의 춤 공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쁜 기운도 행운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인지 2015년엔 이곳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
무려 20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태국 정부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터키로 망명하려던 위구르족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자 이에 반발한 터키 국적(중국 출생)의 한 위구르족이 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새벽을 달려 귀국길에 올랐다. 공항은 이제 코로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듯 예전처럼 번잡했다.
2019년 약 4천만 명에 달하던 태국의 외국인 관광객은 2021년 코로나로 최저인 약 43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엔 1,115만 명, 그리고 올해는 2,500만 ∼ 3,000만 명을 예상된다고 한다.

특히 제제가 풀린 중국 관광객이 급증했다. 올 1∼2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약 3천 명)보다 50배 이상 늘었다. 더불어 호텔비도 급증했다. 한 여행 예약 업체 통계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 관광도시 중에서 지난 1년간 호텔 방값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는 태국의 수도 방콕이었다.
다른 도시들은 10% 정도 올랐지만 방콕은 무려 70%가 올랐다. 


작년 6월 아내와 방콕을 여행했을 때는 보기 힘들었던 중국인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이번 여행에서는 마사지샾이나 쇼핑몰, 호텔 로비와 식당에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몇 해전 언젠가 제주도 성산 일출봉을 오르다가 걸음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아본 적이 있다. 들리는 소리가 온통 중국어뿐이었다.
그때와 같은 '지상천하 중국인 독존'의 시절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짐을 풀고 나는 라면을 끓였다. 아내와 내게 라면이 제일 맛을 때는 여행 직후이다.
여행이 좋은 건 식사 준비와 설겆이가 없다는 오래전 아내의 '잠언'이 실감날 때이기도 하다.
꿈은 가고 다시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 중 가급적 많은 종류의 국수를 접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송크란의 휴가와 인파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중의 하나가 옌타포였다.
옌타포는 중국인들이 쌀국수의 고명으로 연두부를 넣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두부에 피클, 케첩 등을 넣어 신맛이 강한 분홍색 소스를 만들었다. 

공항에서 밀키트로 만든 옌타포가 있어 2봉지를 사 왔다. 원래 어묵과 오징어, 선지등을 국수 위에 올린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유부만 넣어 만들었다.  새콤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태국 여행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먹었던 "뿌팟뽕커리(Fried Crab with Curry Sauce)".
'뿌'는 게, '팟'은 볶다, '뽕커리'는 '커리와 함께'라는 뜻이니 '커리와 볶은 게'이다.
이번엔 어쩌다 보니 먹지 못했다. 대신에 백화점 식품점에서 소스를 사 와서 뒤풀이로 만들어 먹었다.
게 대신에 냉장고 속 새우(꿍)와 오징어(바묵)를 넣었다. '꿍바묵뽕커리'쯤 되겠다.

아내와 딸과 함께 뉴질랜드를 여행하다가 번지점프를 한 적이 있다.
한 번 하고 나니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좀 더 멋지게 떨어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나 보다 앞서 멋지게 뛰어내린 딸아이도 그렇다고 했다.

여행을 마치면 늘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번지점프처럼, 아니 사는 일처럼.
그래서 여행을 하고 그래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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