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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방콕2023 - 축제가 지나간 자리

by 장돌뱅이. 2023. 4. 21.

3일간의 공식적인 송크란축제가 끝난 아침, 카오산으로 나갔다. 아내가 인정한 '종군기자'로서 '전장'으로 마지막 산책을 간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의  치열했던 '전투' 열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폐기된 '총'과 술병,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들이 커다란 검은 봉지에 담겨 곳곳에 쌓여 있었다.  
길바닥에는 물에 섞여 뿌려진 석회가 아직도 하얗게 깔려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하룻밤의 흥겨움이 남긴 잔해라기엔  나도 그곳에 있었다는 점에서 황당하고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가게 앞을 청소하고 청소차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지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금지되었던 물축제가  다시 열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을 거리로 불러냈을 것이다.  축제 기간 중 호텔 투숙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 넘었다고 한다. 축제 첫날인 4월 13일에 카오산로드에는 4만 명이 몰려들어 경찰 당국이 우려와 경고를 표할 정도였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Circle of Insomniac

물 없는 송크란은, 지난 3년이 그랬던 것처럼, '앙꼬 없는 찐빵'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정으로 퍼부어지는 물줄기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문득문득 '이렇게 물을 소비해도 괜찮은 것일까?'하는
 자책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일종의 'Guilty  Pleasure'였다고 한다면 남의 집 잔치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 될까? 

Water splashing never came with guilt, until recently. This is Songkran, and water is the currency that we once spent as if there were no tomorrow.But there will be a tomorrow.
(최근까지 우리는 (송크란에서) 물을 뿌리는데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이번 송크란도 물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함부로 사용하는 돈과 같다. 하지만 내일은 존재하는 것이다.)

 태국에 가뭄이 극심하던 2016년 송크란을 앞두고 『Bangkok Post』에 실린 글이다. 그러나 가뭄이 없었더라도 내일의 존재를 염두엔 둔 물사용은 언제나 유효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CHAT GPT에 "송크란 물 사용 문제"를 물어 보았다.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국 정부에서 환경 보호와 물의 절약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져서 축제 기간 동안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태국 정부는 축제 기간 동안 물 사용량을 제한하거나 물 적극적인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태국 상공회의소는 올해 물뿌리기가 허락되면서 축제가 5조 원 넘는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물 소비를 반드시 감수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될까?

'지속가능한 송크란축제'를 위해서 여행자도 태국인도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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