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식당4 - 행복한 빵집 - (1) BREAD & CIE

by 장돌뱅이. 2012. 5. 31.

초등학교 입학무렵 아버지와 서울 청량리의 한 제과점
(베이커리, 서양빵집외 뭐라고 부르던 )에
간 적이 있다. 가게 이름이 무슨무슨당
(기억에 없다. 태극당?은 아닌 것 같고)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시내까지 외출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명절을 앞두고 목욕을 하러 나왔을 것 같다.
서울의 변두리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중목욕탕이 없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질좋은 향나무 연필과 공책에 장난감까지 사주셨다.
그리고 여느 때와는 다르게 (옛날 어른이시라 빵을 좋아하지 않으셨으므로)
나를 그 빵집으로 데리고 가 따근하게 데운 우유와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몇가지 빵을 사주셨다.

그날의 빵에 대한 세세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그곳 문을 열고 들어갈 때에
코끝에서 시작하여 온몸으로 확 스며들던 달콤한 향내만은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남아 있다.
그때 품안에 가득한 선물로 마음도 따라 흡족해진 나는
막연하게 행복, 천국과같은 어떤 개념을 떠올렸던 것 같고.
그 향내가 그런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두서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미국에 와서 식사로 빵을 먹는 일이 한국에서보다 많아졌다.
특별히 작정하지 않았는데 시나브로 그렇게 되었다.
주말의 아침이 더욱 그렇다.
"뭐 미국에 사니깐 한가지 정도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해야지."
빵 먹다고 아메리칸 스타일이 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에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 덕분에 몇 곳의 빵집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빵을 고르는 일.
빵집문을 열고 들어갈 때 문득문득 어린 시절의 그 냄새가 느껴지곤 한다.
버릇과 함께 어떤 세살 시절의 기억도 여든까지 가는 것 같다.


1. BREAD & CIE
힐크레스트에 있다 (350 UNIVERSITY AVE, 전화 619-683-9932).
샌디에고에선 꽤 유명한 듯 각종 여행 안내 책과 사이트에 많이 등장한다.

 

 

아내와 내게 빵이름은 떡이름보다 어렵다.
해서 어떤어떤 빵이 좋더라고 기억하지 못한다.
아내와 나는 일요일 성당을 오고가는 길에 들려 직접 유리진열대 속의 현물을 보며 고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