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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저하야 Pattaya랑 놀자 2

by 장돌뱅이. 2024. 4. 20.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을 달려야 했다.
손자1호와 두 달 전부터 기다려온 여행이었다.
여행을 확정하고 나는 1호가 속상해하는 일이 있으면(주로 2호와 갈등) 말해주곤 했다.
"좀 있으면 갈 태국 여행을 생각해. 그럼 즐거워지잖아."

방콕 수완나품 공항

방콕이며 파타야가 귀에 익어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가보면 만만치 않은 거리다. 비행기 시간만 5시간 남짓 걸리고 공항에서 파타야, 그것도 좀티엔 해변에 있는 안다즈 리조트까지는 차로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어린 저하들이 긴 이동시간을 잘 견뎌준 끝에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숙소에 들 수 있었다. 여행은 새벽길을 나서 차와 비행기와 다시 차를 갈아타고 한나절을 달려 잠자리에 드는 것이기도 하다.

첫 숙소인 안다즈( Andaz Pattya Jomtien  )는 2023년 2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Concept by Hyatt' 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하얏트와 정확히 어떤 관계라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다즈는 좀티엔 해변을 끼고 있고 세 개의 수영장이 있어 수영장 죽돌이 취향인 우리와 잘 맞는 곳이었다.

주변에 편의 시설이 없는 안다즈의 아쉬움은 어린 저하들 경호(?)와 오락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원래 번잡한 터미널21 근처의 스페이스에 먼저 묵고,
여행 후반을 안다즈에서 조용히  보내려고 했다가 아무래도 송크란 축제는 들썩이는 분위기에서 보내야 할 것 같아 순서를 바꾸어 먼저 오게 되었다. 1호저하에게 '물싸움 전투'에 몸소 참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 기회를 주는 것은 이번 여행의 중요 일정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앞선 글에 쓴 것처럼 2호저하는 안다즈에서 처음 수영(?)을 시작하여 어른 모두를 감동시켰다.
보트 튜브를 안락함을 버리고 어깨에 뜰개를 두른 채 맨발로 물속을 휘젓기 시작한 것이다.
1호는 물미끄럼틀이 높이와 경사가 낮은 것에 약간의 불만이 있어을 토로했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일취월장한 수영 솜씨로  나름 다양한 물놀이를 시도했다. 

외진 곳에 위치한 안다즈에서 식사는 아무래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수영장에서 키즈 메뉴 위주로 먹었고 저녁에는 숙소 내 식당에서 해결했다.

1호저하는 작년 태국여행 이후 태국음식 마니아가 되었다.
요리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직접 만들어 본 것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팟타이나 볶음밥, 닭구이, 망고찰밥이 주종이지만 가끔씩 솜땀도 시도를 해볼 정도로 태국 음식에 전향적이었다. 

딱 한 번 숙소 밖에 있는 식당 "LEK SEAFOOD"에서 식사를 했다.
전화를 하면 개조된 툭툭이로 데리러 와주어 편리했다. 
음식 종류에 따라 맛이 편차가 있는 듯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았고 청결했다. 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걷기에 먼 거리이고 차로는 가까운 거리여서 돌아갈 때도 툭툭이를 이용했다.

태국식 굴부침 어쑤언
뿌팟퐁커리(게살카레볶음)

저하1호는 우리와 자고  2호는 제 부모와 잤다.
한국 일상을 흩트리지 않기 위해 태국 시간 8시면 잠을 자야 하는데 2시간의 시차를 알고 있으면서도 저하는 왜 8시부터 자야 하느냐고 짐짓 불만스러워했다. 그러다 어느 사이 놀이에 지친 듯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든 저하의 모습은 평화롭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는 저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내일이 있잖냐" 하고 말했다.

"마냐나." 그녀가 말했다. "내일은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샐?"
"물론이지, 마냐나." 언제나 '마냐나'였다. 그다음 주 내내 내가 들은 말이라곤 '마냐나'가 전부였다.
그 사랑스러운 단어는 아마도 천국을 뜻하는 말이리라.

-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On the Road)』중에서 -

마냐나(mañana)는 스페인 어로 내일이나 가까운 미래를 뜻한다.
여행에서 마냐냐는 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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