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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저하야 Pattaya랑 놀자 3

by 장돌뱅이. 2024. 4. 21.

안다즈에서 파타야에 있는 숙소 Grande Center Point Space로 이동하는 날.
농눅빌리지와 타이거파크에 들러서 가기로 했다.
저하들에게 코끼리와 호랑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는 동물 체험 프로그램이나 쇼, 서커스 따위를 평소 마뜩잖아하다가도 어린 자식들 앞에서는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다. 인도네시아 살 적에 초등학교 딸아이를 데리고 사파리 공원에 가서 낙타를 타고 호랑이를 만져 보았다. 어린 딸아이는 재미있어했고 나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작년 파타야 여행 중엔  30여 년 만에 손자저하 1호와 함께 코끼리를 탔다.
저하는 어린 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즐거워했다. 나 역시 그랬다. 

이번 여행 중에는 1호는 물론 2호저하와도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2호는 실물 코끼리를 직접 마주하자 겁을 먹고 등에 타기도 전에 큰  울음부터 터뜨렸다.
아마 동화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아기 코끼리를 상상했던가 보다.
울음이 잦아들어 한두 번 더 권해보았지만 2호는 고개를 저었다. 

농눅(Nong Nooch)빌리지는 더위 빼고는 아무 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관람차가 멈추는 곳마다 우리는 구경은 제쳐두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하긴 더위가 없었더라도 이곳에 굳이 발품을 팔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터무니없이 넓은 공간에 세워놓은 온갖 조형물은 내겐 매력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오직 시원한 극장 안에서 열리는 공연 시간만을 간절히 기다려야 했다.

실내 극장에서 본 공연 역시 딸아이가 어렸을 적에 방콕 근처에선가 보았던 쇼와 비슷했다. 저하들은 현란한 조명과 음악이 요란스러운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저하들을 바라보면서 나는한 세대를 건너 반복되는 같은 일들에  흘러간 세월을 아련하게 느껴보기도 했다.  

무대공연이 끝나자 장소를 옮겨 코끼리 쇼가 시작되었다.
2호는 다시 울음을 터뜨려 밖으로 나가야 했고 1호는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주는 체험을 가졌다.
실질적으로는 바나나 판매 행사였지만 그것까지는 1호도 즐거워하니 괜찮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묘기를 끝낼 때마다 관객들에게 와서 팁을 요구하는 코끼리의 훈련된 모습은 불편하고 동시에 안쓰러웠다.  

코끼리 '카스트 제도' 라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1등급 : 관광객들 앞에서 쇼하는 코끼리
2등급 : 관광객들 태우고 트래킹 하는 코끼리
3등급 : 벌목하는 데서 나무토막 나르는 코끼리
4등급 : 동물원에서 어슬렁 거리는 코끼리

등급이 낮아질수록 코끼리의 자유로움이 커지는 역설적인 구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는 코끼리는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이겠다. 마하트마 간디는 '불가촉천민(Harizan)'을 '신의 자식'들이라고 불렀다는데  코끼리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속에서 '신의 자식'으로 사는 게······ 코끼리 쇼를 보면서 들었던 뒤죽박죽의 상상은 아무래도 내가 더위를 너무 먹었거나 코끼리들의 재롱이 무료했다는 뜻이다.

타이거 파크에서도 1호는 즐거워했고 2호는 무서워했다.
입장하기 전 "호랑이가 너를 물을지도 모른다"는 형의 짓궂은 거짓말에 2호는 더욱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2호는 평소 티격태격하면서도 형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편이다.

아무튼 코끼리나 호랑이를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아마도 증손자가 태어난 이후가 될 것이라는데 어른들은 모두 동의를 했다. 그땐 아내와 내가 아닌 딸아이 부부와 손자들이 감당할 몫이 되겠지만.

파타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식당 "The Sky Gallery"는 흔히 '노을맛집'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하지만 해질녘이 아니어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풍경보다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 좌석을 찾아들었다.태국음식에서 서양음식까지 선택의 폭은 넓었다. 

"더 스카이 갤러리" 옆에 있는 "The Chocolate Factory"는 이름처럼 쵸코렛을 주제로 한 식음료를 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가 커피 대신  '달달이'를 몇 개를 먹고 나왔다.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더위를 뜷고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앞으로 귀국하기 전까지 며칠을 묵어갈 스페이스호텔에 도착했다. 1호는 1년 전 기억을 되살려 초행의 가족들에게 숙소의 여기저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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