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든다는 건, '안치고, 뜸 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 익히고, 삶고, 찌고,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고, 비비고, 푹 고고, 빻고, 찧고, 잘게 찢고, 썰고, 까고, 갈고, 짜고, 까불고, 우려내고, 덖고, 빚고, 졸이고, 튀기고, 뜨고, 뽑고, 어르고 담그고, 묻고, 말리고,쟁여놓고, 응달에 널고, 얼렸다 녹이고 녹였다가 얼리'는(이문재「연금술」) 과정의 일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날이 너무 더워서 음식 만들기 힘들지?"
아내의 말에 힘을 얻는다.
"뭘, 당신은 30년을 해온 일인데."
나도 부엌 앞에서 여름 30번을 보내야 한다. 보내고 싶다.
1. 수플레(soufflé) 오믈렛
코로나 시절 영상으로 들었던 음식 강좌에서 머랭(Meringue)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머랭은 달걀 흰자에 약간의 (흰)설탕을 넣고 숟가락을 사용하여 한쪽 방향으로 빠르게 돌리면 투명하던 흰자가 점성이 있는 크림처럼 하얀색으로 변한 것이다.
처음 머랭을 만들 때 팔이 아프도록 숟가락을 열심히 돌려도 흰자가 머랭으로 변하지 않아서 땀을 흘려야 했다. 같이 수업을 받는 다른 사람들로 그랬다.
옆에서 그걸 보던 아내가 수업이 끝난 후 배터리로 작동하는 회전기를 사주었다.
그걸 사용하니 씩씩거리며 입으로 육두문자를 내뱉지 않아도 쉽게 머랭이 생겼다.
머랭을 나누어둔 노른자와 합치면 부드러운 식감의 수플레(soufflé) 오믈렛을 만들 수 있다.
- 머랭을 만들 때 물이나 노른자가 들어가면 잘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달걀 3개 분의 흰자를 설탕(1S)을 나누어 넣으며 젓는다. 노른자는 설탕 1S를 넣어 잘 풀어준다.
- 머랭과 노른자를 섞은 양의 1/2씩을 버터(1S)를 녹인 (가급적 넓은)팬에 올린다.
- 약불로 뚜껑을 덮고 노릇할 정도로 살짝 구워 불을 끄고 반으로 접는다.
- 메이플시럽을 뿌리고 다른 과일 등과 함께 접시에 담는다.
2. 꽈리고추 멸치조림
꽈리고추가 제철이라던가. 암튼 제철이어야 값도 싸고 맛도 좋다.
- 중간 크기의 멸치 100g을 손질하여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5분 정도 볶아 비린내를 제거한다.
- 식용유 3T를 넣어 1분 정도 더 볶아준다.
- 꽈리고추(150g을 씻어 꼭지를 제거하고 반으로 자른)를 넣어서 함께 볶는다.
- 양념(진간장 3T+맛술 3T+올리고당 3T+물 3T+다진 마늘 1/2T)을 넣어 양념장이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볶아준다. 참기름 1/2T와 통깨를 뿌려서 완성한다.
3. 볶은가지·버섯비빔밥
제목을 붙이고 보니 복잡하다. 냉장고 속에 남은 가지와 표고버섯을 깍뚝썰기하여 볶아서(들기름과 들깨가루를 적당히 넣었다), 오이소박이를 먹고 남은 부추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볐다.
달걀도 하나 부쳐서 얹었다. '냉파'를 위한 엉성한 레시피지만 아내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4. 차돌박이 영양부추 무침
딸아이 생일에 만들어주고 찬사를 받았다.
- 영양부추(40g)를 씻어 4cm 길이로 썰고 (보라색)양파(1/6개)는 가늘게 채 썰어 찬물에 담갔다 건진다. 팽이버섯(1/6봉)은 밑동을 자르고 길이를 반으로 썬다.
- 차돌박이(100g)는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우면서 소금과 후추를 약간 뿌린다.
- 소스(간장1T+식초1T+유자청1T+고춧가루1t+다진마늘1/2t+참기름1t+통깨1/2T)와 차돌박이를 버무리다가 영양부추, 양파, 팽이버섯을 넣어 살살 버무려 그릇에 담는다.
5. 김냉국
덥다. 냉국이 더욱 필요한 올여름이다.
- 차가운 물 500g에 양조간장 1T, 참치액1T, 다진마늘1t, 식초1/2t, 소금1/2를 넣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오이 1/4개 채 썰고, 김 5장을 구워서 (비닐봉지에 넣어서) 작게 부순다.
- 냉장고에 넣어둔 냉국국물에 오이와 김을 넣고, 홍고추1/2개를 채 썰어 넣고 통깨1t와 참기름을 약간 넣는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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