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명절의 기억이 풍요로운 건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편과 토란국, 가래떡과 떡국, 너비아니와 저냐, 갓 구운 김과 유과(油菓)······
음식은 기억이라는 말과 명절은 음식이라는 말은 서로 통한다.
손자저하 1호에게도 그런 것 같다.
저하에게 명절은 할머니의 갈비찜과 자기가 원하는 몇 가지 음식을 먹는 날이다.
아내와 저하맞이 음식 준비를 했다.
아내는 오래간만에 부엌에 서서 갈비찜과 얼마 전 저하가 원했던 두부새우전, 그리고 샐러드와 떡만둣국을 만들고 나는 도토리묵을 쒀서 김장김치와 무쳤다. 그리고 봄동으로 겉절이를 만들었다.
부엌에 서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집밥엔 정성이 기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재료의 선택과 손질에서부터 조리까지 엄격하거나 절제를 하게 된다.
엄격이나 절제는 정성의 바탕이자 표현이다.
음식 만들기보다 더 좋은 건 손자들을 보는 것이다.
손자저하들은 거실과 방을 휩쓸고 다녔고 나도 함께 몰려다녔다.
명절 때마다 아래층에 양해를 구했지만 올해는 아래층이 집을 비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네 살인 손자저하 2호가 친가에서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린애들은 다 귀엽잖아요."
내가 자주 하는 말을 새겨서 듣고 재활용한 것 같다.
과연 그렇다.
손자'애들'은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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