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와 조국의『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읽었다.
유시민의 책은 오래 전에 한 번 읽었지만 내용이야 이미 기억 저 편에 있고, 또 2017년에 새로 고쳐 썼다고 하니 처음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국의 책은 2022년에 출간되어 처음 대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데 별다른 이유나 목적이 있을리 없는,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남독을 하는 백수의 독서지만 이 책에는 특별히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이라는 이유를 붙여도 되겠다.
날만 새면 '법 법 법' 하는 뉴스가 홍수인 세상 아닌가.
두 책 모두 읽기에 어렵지 않아 책장이 잘 넘어간다.
유시민이야 워낙 간결하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글솜씨라 그렇고, 조국의 책은 전문 학술용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그렇다.
책은 각각 국가와 법이라는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민과 영토와 주권이 국가의 구성의 '하드웨어'라면, 법은 국민의 삶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책은 고대 철학자, 계몽사상가, 근대 법학자, 시민운동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사상에 대해 지난 우리 역사와 현재(내란 이전)의 상황을 사례로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국가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스스로 선을 행하고 정의를 수행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를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권력을 세우고 합법적 폭력의 수단까지 위임한다.
법은 국민과 권력을 동시에 구속하는 법은 그 세부 '계약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성 법규와 제도는 그 시점까지의 계급·계층·집단의 대립과 투쟁과 타협을 반영'한다. '그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계급·계층·집단의 의지와 이익이 더 많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법규와 제도를 바꾸려면 그 우월적 의지, 이익과 투쟁해야" 한다.
훌륭한 국가는 외부 침략과 내부 범죄의 위협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그러나 단지 안보와 치안을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기껏해야 유능한 안보국가(安保國家)일 뿐이다. 훌륭한 국가는 국민의 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물질적 부의 증진만으로 훌륭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작 해야 자본주의 발전국가(發展國家)에 지나지 않는다. 훌륭한 국가는 만인에게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계급지배의 도구라는 비난을 모면한 민주국가(民主國家)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훌륭한 국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훌륭한 국가는 실업과 빈곤, 질병. 고령, 재해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서도 시민을 적극 보호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연대하여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안보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토대로 삼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복지국가(福祉國家)는 없다. 훌륭한 국가는 이 네 가지 모두여야 한다. 이 네 가지 국가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배척하지 않는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중에서)
내란 사태 이후 세상이 끝모를 듯 시끄럽다. '점입가경(?)'이다.
가히 토마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의 상황이라도 도래한 것 같다.
본말전도와 책임전가, 거짓과 야만, 오독과 오용의 행태가 거침없이 기세등등 활보한다.
인류가 힘들게 가꾸어온 소중한 가치이자 권리인 '국민저항권'이 전혀 터무니없는 상황과 장소에서 불순한 목적으로 주장된다. 그러나 허위와 무지가 세상을 구원할 순 없다.
진리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오로지 타인의 주장에 맹종할 뿐인 사람들의 진실한 의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류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 존스튜어트 밀 『자유론』 중 - (『조국의 법고전 산책』)
아울러 권력자 한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이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믿음도 착각이다.
그것은 가까운 역사만 돌아보아도 알 수 있다.
어떤 홀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 힘으로 훌륭한 국가를 만들지는 못한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다. 어떤 시민인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의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이다.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다. 그런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중에서 -
한마디로 줄이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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