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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꽃봉오리

by 장돌뱅이. 2025. 4. 18.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은 혹시 철쭉 꽃봉오리를 보고 떠올린 거 아닐까?
아파트 화단 가득 봉긋봉긋 솟아나 어느 한순간 일제히 입을 벌리며 '와아!' 소리 지를 것 같은······.

봄기운이 세상의 모든 구석구석까지 들썩이는 날들이다.
아래 배영옥 시인의 시도 '막바지 내리막으로 내려서기 전'이 아니라 거친 숨소리로 정상 직전의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꽃봉오리의 한순간이라고 읽고 싶어진다. 

한순간 제 몸을 수축시켜 색이 짙어지는 것

어느 순간 색이 진해진 것들은
나머지 생을, 전심전력,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까지 꽃은
남은 향기를 꽃잎에 모아보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불타오르는 꽃의 둘레를 그린다

색이 진해지면서 형태를 벗어나려는 순간,
반짝
화색이 도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지탱하기 힘든
바로 그 순간,
막바지 내리막으로 내려서기 전
짧고 짧은
반작용의 한순간,

- 배영옥,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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