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부터 핸드폰에 어플을 깔고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했다. 원칙은 하루에 일단 8천 걸음 이상 걷되 평균은 만보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나머지는 '내 마음대로 걷기'다. 걷다가 내키면 달리고, 달리다가 다시 걷고. 이제까지 20% 정도는 달리고 80%는 걸었다.
그동안 10,000km 이상 걸으며 어플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기록을 달성했다. 달성하지 못한 것 중의 한 가지는 365일을 계속 걷는 것이다. 이를 어플에서는 '콤보 데이즈'라고 부른다.
'콤보 데이즈' 100일은 몇 번 걸었는데 1년을 계속 걷는 건 쉽지 않았다. 매번 무슨 일이 생겨 끊겼다. 이를테면 날씨가 매우 나쁘다던가, 여행을 가는 날(여행을 가서는 만보 이상을 걸으므로 문제가 없는데 출발이나 귀국 당일이 문제였다), 혹은 손자저하들과 노는 날 등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런 모든 건 (코로나를 걸렸을 때를 제외하곤) 핑계일 뿐이다. 결심과 의지가 굳지 못했던 탓이다.
철학자 헤겔은 평생을 매일 정해진 시간(오후 3시였던가?)에 정확하게 산책에 나섰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산책을 보고 시간을 가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쓴 책은 어려워서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그의 산책 습관만은 흉내내 보고 싶다.
다시 365일 연속 걷기를 목표로 잡고 시작하여 어제부로 112일을 돌파했다. 목표 1/3 정도에 근접한 것이다. 이번 도전은 정말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이렇게 공표라도 해두어야 나의 의지박약증에 견제가 된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르지만 아직 걷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는 건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 길도 끝이 있다는 것 오늘도 걷기에 날씨가 좋구나
- 전윤호,「길치」중에서 -
오래간만에 서울숲을 걸었다. 서울숲도 파스텔로 문지른 듯한 연둣빛 봄이 한창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력적인 공원이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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