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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두 가지 '추억' 혹은 악몽

by 장돌뱅이. 2012. 12. 14.

5.16 군사쿠데타에 이은 1972년의 유신쿠데타로 종신 독재 통치를 획책하던 박정희는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라는 전대미문의 폭력적 처방을 내놓는다.
그것은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과 개정 요구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최고 징역 15년을 언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하겠다는 '대국민테러'였다.

곧이어 헌법개정청원을 위한 국민운동 주도하던 장준하와 백기완 등의 민주인사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체포되었다. 글과 행동으로 박정권과 맞서던 시인 김지하는 긴급조치발령 소식을 방송으로 듣고 동해안으로 잠적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74년 1월」이라는 시를 남긴다.

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모두들 끌려가고 서투른 너 홀로 뒤에 남긴 채
먼 바다로 나만이 몸을 숨긴 날
낯선 술집 벽 흐린 거울 조각 속에서
어두운 시대의 예리한 비수를
등에 꽂은 초라한 사내의
겁먹은 얼굴
그 지친 주름살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토록 어렵게 사랑했던 날
찬바람 속에 너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
두려움을 넘어
너의 얼굴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바라보던 그날
그날 너와의 헤어짐을 죽음이라 부르자
바람 찬 저 거리에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의 하늬 꽃샘을 뚫고
나올 꽃들의 잎새들의
언젠가는 터져 나올 그 함성을
못 믿는 이 마음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니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저 모든 눈빛들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아 1974년 1월의 죽음을 두고
우리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자
온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네 손과
내 손에 남은 마지막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우리 모두의 등에 "예리한 시대의 비수를 꽂던" 살 떨리게 무섭고 오만한 목소리들이, 손에 남은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온 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해야 할 거짓의 발걸음들이, 다시 화려한 포장을 뒤집어 쓰고 거리를 횡행하고 있다.

'어렵게 사랑했던' 기억의 소중함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에 터져나올 잎새들의 함성'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그 시절을 '추억'하여 눈을 부릅떠야할 12월인 것이다.

영화 전단지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MB는 쿠테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로 선출된 우리들의 대통령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날은 5년에 딱 하루 선거날일 뿐이다.
그날 저마다 뭔가를 꿈꾸고 기원했을 것이다. 묻고 싶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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