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기록지 25오버타를 친 것이 나의 기록이다. 버디를 하나 기록하기도 했다.
고수들이 보면 웃을 일이겠지만 오늘 드디어 97타로 100을 돌파했다.
전에도 몇번인가 100을 돌파했지만 그것은 후한 규정을 적용하여 억지로 만든 면이 있어
개운한 감이 덜 했는데 오늘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돌파'였다.
샌디에고 생활 한 달이 만들어준 선물이다.
샌디에고에서는 골프가 휴일의 시간을 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골프장도 많고 비용도 저렴하다.
특히나 오늘 낮의 골프비용은 정말 쌌다.
인터넷에서 특별가를 잡은 것이라 하지만 골프카 사용비를 포함하여 일인당 20불이다.
골프가 '력셔리'한 운동이라는 한국적 개념은 적어도 이곳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에 락커룸이나 샤워시설이 없고 경기장엔 캐디도 없다.
골프에 대한 생각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을 종종 발견한다.
몇해전 회사 윗분과 엘에이 출장길에 손님들과 골프 약속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도 동참을 권했다. 당시 나는 골프를 칠 줄도 모르거니와
골프복도 없어 주저했으나 빠질 수 없다하여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해야 했다.
"복장은 그냥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갈랍니다."
윗분은 난색을 표했다.
"손님들이 있는데 반바지가 좀 그런데... ."
"반바지 상관없잖아요. 미국이나 동남아에선 다들 그렇게 입고 치던데..."
"그래도 손님 만날 때는 좀 곤란하지. 예의가 아니잖아."
나는 우겨보았으나 윗분인데다가 예의가 아니라는 말을 이길 수 없어
부랴부랴 신발을 사고 바지는 그냥 양복 바지를 입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뒷 날 아침 골프장에서 만난 손님들은 모두 반바지 차림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은 아주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자신이 처음 싱글을 기록한 날 입었던 것이라 귀한 날에만 다시 입는다고 했다.
반바지 차림의 그들을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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