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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새해가 오면

by 장돌뱅이. 2013. 7. 24.

 

 

 

 

한 해가 끝나고 또 한 해가 시작하는 시간을 
샌디에고에서 만난 소중한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믐날 저녁엔 작년 라구나 마운틴에서 캠핑을 함께 했던 동지들이(?) 모였다.
매번 모임이 있을 때마다 정성이 깃든 화려한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데레사님과 에드워드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새해는 율리아노님 댁에서 아브라함님 가족과 함께 했다.
늘 훈훈함이 묻어나는 두 가족이다. 
연말 휴가 기간동안의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나누었다. 

모두 세상이 따뜻한 곳임을 일깨워주는 인연들이 아닐 수 없다.
새해도 늘 지금과 같기를.....

   새해가 오면
   배꼽을 드러내놓고 뛰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마른 나무 끝의 매운 바람이
   뼈끝에서는 오래 머물게 마옵고
   한 톨 성냥불빛의 희망이 꺼지지 않고
   먼 데 기쁨의 바다 물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게 해주소서.
   낮과 밤을 길 위에서 보내는 사람들과
   독한 먼지와 냄새 속에서 맞이하는 사람들
   건강한 가슴이 상한 것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시고
   때때로 꽃이 되게 해주소서.
   기다림에 지치고 넋잃은 사람들의
   목숨 같은 그리움은 끝이 없으므로
   어디서나 만나게 해주소서. 남이나 북
   바다 끝이나 창공, 아침이나 황혼
   어디서나 만나 목 부비며 울게 해주소서.
   진실로 헤어지기 싫은 밤 깊이의 가난한 형제와 오누이는
   오래 같이 있게 해주시고
   외로움이 덜하도록 여윈 몸에 새 불기를 넣어주소서.
   당당하고 단단하여 좀처럼 슬퍼하지 않는 탄탄한 사람들에게
   세상에 흔한 사랑과 눈물의 깊은 하늘을 내비추시고
   가끔씩 가슴 깊이 흐느끼게 하소서.
   이 땅의 사람들이 서로 섞이어 하나 되어
   제 살이 아프므로 누구건 내려치지 않게 해주소서.
   수풀과 잡목림, 깨끗한 새벽과 바람처럼
   새해가 오면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아이들과 꽃, 구름과 별
   풀과 나무, 착한 짐승들에게.
             -나해철의 시, "새해가 오면" -

(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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