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콩나물잡채. 간 조절이 실패하여 너무 짜서 물에 말아 잡채탕으로 먹었다.
얼마 전 "장돌뱅이의 무한도전"이란 제목으로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든 일에 대하여 쓴 적이 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음식
만드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따라하는 아주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드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로웠다.
주말에 음식 만들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한번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내의 부엌 출입을 금지시키고
내가 만든 음식으로 세 끼를 해결해 보기도 했다.
세 끼의 음식을 준비하고 만들고 치우는 일만으로 하루가 금방 갔다.
설겆이를 최소화 하려고 준비 과정에서부터 잔머리를 굴려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취사도구들이 필요했고
치우고 나면 다음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그것들을 꺼내야 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그동안 아침이 되면 아침식사가 나오고 식후에는 커피가 나오고
간식이 나오고 다시 점심이 나오는, 그런 '당연한' 일상이
아내의 노동으로 지켜져왔다는 사실에 나는 무감각했던 것이다.
그저 '고마워!' 한마디를 아내에게 상큼하게 던지고
커피잔을 기울이며 한가로이 휴일 오전의 창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느긋하게 책을 읽으면서 .
결혼 후 처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었던 아내는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음식만들기가 내게 이제까지 다가서지 못했던 새로운 흥미로움이었다면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경험 또한 이제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미안함이면서
행복함이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음식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위 사진 : 지난 번에도 올렸던 두부전골이다. 다시 올리는 이유는 아내가 손님 초대 음식으로
내놓겠다고 내게 만들어주길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테면 나로서는 'A매치' 데뷔전
이었는데, 은근히 손님의 입에서 '맛이 있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자 아내가 내가 만든 것이라고 소개를 하며 어떠냐고 대신 물어주었다. 이 눈치
없는 손님은 별 감탄사 없이 "맛이 좋네요" 하고 덤덤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망할 인간 같으니라구.' 나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위 사진 : 명태국
*위 사진 : 조개 콩나물국
*위 사진 : 참치된장 쌈장
이상은 대체적으로 아내의 호평을 받은 음식이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이외에도
조개순두부찌개, 소고기순두부찌게, 콩나물된장국 등이 합격점에 들었다.
특히 아내는 순두부를 좋아한다.
때문에 조개순두부찌개는 조리 방법을 외울 정도로 가장 많이 끓여보았다.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매 위 사진의 음식과 아래의 2가지는 실패하여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한 음식인데, 조만간 재도전 해볼 작정이다.
(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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