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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인도네시아에 관한 두 편의 영화 직접 살았던 곳은 책으로 읽거나 여행으로 스쳐간 곳 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지니기 마련이다. 적어도 관심의 정도는 그곳에서 생활한 시간에 비례하여 커지기 된다. 인도네시아나 미국, 멕시코 등이 내겐 그렇게 다가온다. 회사 일로 주재를 한 곳이라 텔레비젼에서 그곳 소식이 나올 때면 특별히 주목하게 된다. 뉴스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소설, 운동 경기도 그렇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관한 영화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과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를 보았다. 양민 학살에 관한 잔인한 내용의 다큐멘타리였다. 같은 감독(조슈아 오펜하이머)이 만든 두 편의 영화는 같이 반 세기 전의 인도네시아를 이야기한다. 1965년 9월 30일 일단의 병력이 여섯 명의 최고위 군장성.. 2019. 9. 5.
내가 읽은 쉬운 시 137 - 조은의 「낙지」 노노스쿨의 조리 시간에 결석하고 레시피만 받아 집에서 만들어 보았다. 조리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난 후 음식을 만드는 것과 종이 레시피만 보고 만드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더 어렵다. 특히 나 같은 초짜배기는 더욱. 낙지는 『동의보감』에 소팔초어(小八梢魚)라 하고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다고 했다. 참고로 문어는 대팔초어(大八梢魚)라고 한다. 여덟개의 다리가 작거나 크다는 것을 구분지어 이름 붙인 것 같다. 또한 낙지의 속명은 '낙제(落蹄)'라고 했다. 속명이 '시험이나 검사에서 떨어짐'을 의미하는 낙제(落第)와 발음이 같아 수험생들에게 금기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는 기운을 돋우는 식품으로 소개되어 있다.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금방 강한 .. 2019. 9. 4.
내가 읽은 쉬운 시 136 - 안도현의「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시를 흉내내 새로운 계절을 위한 소망과 다짐을 붙여 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오래된 습관이라 해도 큰 성취를 갈구하지 않는 소소한 다짐만으로, 아니 다짐의 상상만으로도 한낮 지하철 안처럼 무료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잠시 유쾌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적막의 포로'가 되어 가끔씩 소란스러운 세상과 거리를 두어보자. 그러면 '술 한잔 사주지 않는 인생'에 너그러워질 수도 있으리라. 아무 이유 없이 아내와 자주, 오래, 많이 걷자. 같이 읽은 책에 대해 한가히.. 2019.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