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볶음2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7 퇴계 이황은 생전에 반찬을 세 가지만 놓고 먹었다고 한다. 제자가 찾아갔을 때 밥을 내주는데 반찬이 무와 가지, 미역뿐이었다. 그런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장아찌나 나물, 아니면 그냥 생재료였을 것이다. 제자는 차마 내색을 못 하고 힘들게 먹었지만 선생은 맛있게 먹었다. 소박한 상차림으로 식사를 하는 선비의 단아한 자세가 느껴진다. 조선 미학의 근본이라는 검이불루(儉而不陋,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말일 것 같다.보리밥 한 공기 / 반찬은 세 가지 / 김치와 된장과 상추. 먼저 상추쌈을 먹는다. / 상추 한 잎에 / 보리밥 한 숟갈 / 김치 한 조각- / 이래서 김치맛, 상추 맛을 즐긴다. // 다음은 보리밥 한 숟갈 떠먹고 / 된장 한 젓갈 찍어 먹는다. / 구수한 된장.. 2024. 10. 14. 아내와 나의 여름 음식 소설가 김훈은 몇 차례의 결혼식 주례 경험을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는 신랑 신부에게 매번 주제를 바꿔가며 주례사를 했다. 일테면 결혼의 추동력은 사랑이지만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으므로 밥을 벌어먹는 물적 토대를 갖추어라. 삶이 요구하는 형식 - 내 배우자의 부모의 생일, 기념일, 안부를 챙기고 명절 때 인사하는 진부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존중하라. 결혼은 오래 같이 살아 생애를 이루는 것이므로 사랑보다도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연민을 가져라 등등. 그중에 남편과 아내가 요리를 배워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례사도 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적어도 주말에는 장을 봐서 스스로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영양가 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섭생적 의미도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 2023. 7.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