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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2

유홍준의 『안목(眼目)』 오래전 가족과 국토를 여행할 때면 자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갖고 다녔다. 책에 나와 있는 문화재나 유적지 앞에서 그 책의 내용을 함께 읽곤 했다. 여행이 한결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그의 말이 문화재에 백지 문외한인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의 유려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세상과 문화재를 보는 안목과 열정, 그리고 탄탄하고 폭넓은 지식을 좇아, 마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듯 책 속 그의 '추천' 장소로 가족들을 안내하기도 했다. 아내와 딸아이는 그런 나에게 '사이비 유홍준'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Ⅲ'이라는 부제가 붙은『안목(眼目)』은 그런 '사이비 안목'을 위해 읽었다. 『국보순.. 2023. 2. 8.
눈 내린 서울의 궁궐과 능 조선의 궁궐은 외국의 예에 비해 소박한 편으로 결코 화려하지 않다. 백성들이 보아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화려함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는 조선 건국의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고 한양의 도시 설계와 경복궁 건립을 주도한 정도전의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서 찾을 수 있다. 궁원 제도가 사치하면 반드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정을 손상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누추하면 조정에 대한 존엄을 보여줄 수 없게 될 것이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데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검소란 덕에서 비롯되고 사치란 악의 근원이니 사치스럽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할 것이다. 궁궐 건축에 대한 정도전의 이런 정신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던 우리 궁구.. 2021.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