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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2

한 술만 더 먹어보자 3 아내는 쌈밥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쌈밥을 좋아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총각 때는 별로 그랬던 것 같지 않으니 40년을 함께 살면서 아마도 아내의 식성에 동화된 것 같다.쌈밥 설명에는 '온갖'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상추, 배추, 쑥갓, 머위, 미나리, 취, 케일 등속의 온갖 채소에 심지어 미역이나 다시마까지, 무언가를 쌀만한 너비를 가진 것이라면 다 가능하다. 신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쌈을 싸먹기도 한다. 거기에 고기, 생선, 밥 등은 물론 밥상에 오르는 온갖 반찬들을 다 집어넣어 먹을 수 있다. 생선은 주로 회를 싸먹지만 고등어나 병어처럼 조림의 살을 발라내어 싸먹기도 한다. 된장, 고추장, 쌈장, 강된장, 약고추장 등 온갖 장(醬) 도 동원된다. 마늘과 양파도 함께 넣어야 하니 수.. 2024. 6. 28.
「황홀한 국수」 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째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얌전히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의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 - 고영민, 「황홀한 국수」 - 한 사발 국수를 제대로 만들어내기는 내겐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황홀한 국수'처럼 살기는 더욱 어렵다. 나이가 들었어도, 혹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2022.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