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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2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붉게 타는 꽃무릇 메밀꽃과 비슷한 시기에 고창 선운사와 영광 - 함평 사이에 솟은 불갑산 자락의 불갑사와 용천사 주변은 핏빛처럼 선연한 붉은 빛의 꽃무릇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 세 곳은 우리나라의 3대 꽃무릇 군락지이다. 9월 하순 경에 절정을 이루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이 지고 난 후 잎이 돋아나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출가한 스님을 사모하던여인이 죽어 꽃이 되었다는 전설과 어울린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고 하지만 진짜 상사화는 따로 있고 피는 시기도 다르다. 꽃무릇은 뿌리에서 꽃대가 30-40cm 솟아나 그 끝에 꽃을 피운다. 꽃대가 ‘마늘쫑’과 비슷하여 꽃무릇의 다른 이름이 석산(石蒜:돌마늘)이다. 꽃무릇이 대부분 절 주변에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 2012. 6. 8.
메밀꽃과 메밀묵 메밀은 묵과 꽃의 두 가지로 연상된다. 내 기억 속에는 메밀묵이 먼저이다. 어릴 적 늦가을이면 어머니는 여러 개의 커다란 ‘다라이’에 가득가득 메밀묵을 만들어 온 동네 집집마다 한 그릇씩 돌리곤 했다. 나도 가끔 메밀묵 배달 심부름에 나섰지만 묵은 당시의 내게 친근한 음식이 아니었다. 무덤덤하면서도 약간 쌉싸름한 맛에다가 미끌미끌하고 물컹쿨컹한 감촉이 당최 내 입맛과 맞질 않았다. 그 때문에 나는 밥상에 찬으로 오를 때는 물론이고 늦은 가을밤에 속이 출출할 때 어머니가 양념장을 둘러 손수 내오시던 메밀묵에 손사래를 치거나 아예 손도 대지 않고 고스란히 되돌리곤 했다. 요즈음은 건강식이니 웰빙 음식이니 하며 그런 종류의 천연 음식들이 주목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여행길에 가끔 아내와 나도 돈을 주고 메밀묵.. 2012.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