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안 먹으면1 정양의「그거 안 먹으면」 생일이 지났다. 설날에 먹은 한 살이 만으로 확정되었을 뿐이다. 특별한 감회가 있을 리 없다. 이제 나이야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 "우리가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하며 지난 시절을 돌아볼 때나 실감하게 되는 삶의 부산물 같은 것이다.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이 생기면서부터 나이 먹는 의미는 더 시큰둥해졌다. 그래도 나이를 안 먹으면 죽는 거라는 시인의 말에 '그렇지!'하는 깨달음이 온다. 살아있어 한 살을 더 먹는다. 감사하자! 아침저녁 한 웅큼씩 약을 먹는다 약 먹는 걸 더러 잊는다고 했더니 의사선생은 벌컥 화를 내면서 그게 목숨 걸린 일이란다 꼬박꼬박 챙기며 깜박 잊으며 약에 걸린 목숨이 하릴없이 늙는다 약 먹는 일 말고도 꾸역꾸역 마지못해 하고 사는 게 깜박 잊고 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쭈글거.. 2020. 4.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