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1 내가 읽은 쉬운 시 98 - 고정희의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먹기에 바빠서 마구 흔들린 사진 어린 시절 비가 오는 여름 날이면 어머니는 종종 점심으로 수제비를 만드셨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사이로 언듯언듯 풍겨오던 육수의 끓는 냄새가 아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반에 받쳐 내온 김이 나는 하얀 수제비 속에는 노란 감자 그리고 산뜻한 연두색 호박 조각이 들어있었다. 수제비 대신에 칼국수 해달라고 이유없이 떼를 쓰던 철부지 나의 모습도 생각난다. 꼭 칼국수가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나 보다. "수제비 다 먹으면 꿀옥수수 쪄 줄께." 하는 어머니의 말에 한 그릇을 다 먹고도 더 달라고 한 적도 있었으니. 조리 선생님이 다음 주에는 수제비를 한다고 예고했을 때 떠오른 생각들이다. "모든 음식은 기억으로 먹는 것"이라고 하던가. 같은 밀가루 음식이지만 칼국수나 잔치.. 2019.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