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器)1 손자가 만들어 준 그릇 "저 재료들 한꺼번에 다 쓸어 넣고 그냥 잡탕 찌개로 끓여도 맛있을 건대 뭘 저리도 지고 볶으며 수선을 피우는 것인지······ ." 신혼 초 어느 휴일 아침, TV 요리 강좌를 보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무심히 던진 나의 말이었다. 아내는 요리와 주부들에 대한 독설이자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이야 식사가 몸속에 기초대사량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워 넣는 '주유(注油)' 행위 이상의 소중한 의미를 지닌 일상이고, 음식은 '잡탕찌개'의 불필요한 변형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젊은 시절엔 요리교실이란 걸 다분히 유한마담들의 심심풀이쯤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했다. 한 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그릇 자체보다 그 안에 담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릇이야 뭐 그냥 용기일 뿐이잖아." 음.. 2022. 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