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1 루리의 글과 그림, 『긴긴밤』 딸아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한 직후 무슨 일이 있어 하굣길에 마중을 간 적이 있다. 딸아이는 내가 데리러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반드시 만나야만 했다. 정문 근처에 차를 대고 차창 너머로 멀리 아이들이 나오는 학교 본관의 문을 주시했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서 지칫 딸아이를 놓칠까 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쓸데없는 기우였다. 아이들 틈에 섞여 딸아이가 나오는 순간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나의 눈은 성능 좋은 줌렌즈가 달린 카메라처럼 딸아이를 단번에 포착해낼 수 있었다. 마치 어떤 섬광이 번쩍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부모와 자식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 때문이리라. 루리의(처음에 나는 외국작가인 줄로 오해했다.)『긴긴밤』에서 코뿔소 노든은 나중에.. 2022. 5.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