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철2 미안한 하루 아내가 병원에 가는 길에 동행을 했다.다행히 큰 이상(異常)은 없다고 의사는 말했다.하지만 작은 이상도 이상이고 이유를 알지 못하는 증세도 이상이다. 모든 게 늙어서 생기는 거라고 , 늙어서 생기는 모든 비정상은 정상이라고 남에게 농담처럼 건네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도 다짐해보지만 내공이 깊은 도사가 아닌 다음에야 쉽게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지는 않는 법이다.병원은 온갖 부위가 아픈 온갖 사람들로 만원이었다.힘든 예약을 통과해도 진찰은 대기, 검사도 대기, 심지어 병원비 내는 것도 번호표를 뽑아 기다려서 내야 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 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나는 그냥 마냥 하냥 미안했다.미안하오새벽 세 시 십사 분에 미안하오 웃게 하다 울게 하고 너무 많은 일을 같이해 하는 일마다 생각나게 해.. 2024. 6. 8. 내가 읽은 쉬운 시 142 - 나해철의「죽란시사첩 머리말」 엄폰(AUAMPORN)은 90년 대 초 태국 거래처의 젊은 구매 팀장이었다. 공평하고 냉철한 일처리로 회사 내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던 그녀는 물건을 팔아야 하는 내겐 매우 깐깐하고 까칠한 고객이었다. 매너는 좋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게 거리를 유지하며 틈을 내주지 않았다. 어떨 때는 우리의 경쟁사에 발주를 하여 애를 태우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졌지만 업무라는 공식적인 관계가 우선했다. 몇 년 후 그녀가 나의 영업과는 상관없는 회사로 옮겼다. 업무라는 형식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티격태격 했던 지난 일은 비로소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녀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나도 잘 아는, 성실한 청년과 결혼을 했다. 그 뒤 그녀가 서울에 왔을 때 함께 .. 2019. 10.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