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1 내가 읽은 쉬운 시 150 - 조향미의「내가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 가을이 깊다. 어느 나무는 단풍이 들고 어느 나무는 여전히 푸른 잎을 달고 있다. 같은 종류의 나무도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단풍든 정도가 다르고 같은 나무도 가지와 줄기에 따라 또 다르다. 결국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그렇게 크고 단순하게 보고 살고 싶다. 아내와 강을 따라 걸었다. 가볍게 시작한 걸음이 일년 전 이 맘 때까지 존재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아내가 떠올리면서 잠시 무거워졌다. 소설가 김훈은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고 했지만 쉽지 않다. 명쾌하게 선을 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삶은 무거움과 가벼움을 무시로 오간다. 해가 지고 강 건너 건물들의 불빛이 또렷해질 때까지 걸었다. 평소 보다 긴 걸음이 아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다. 도서관에서 아내와 책을 빌.. 2019. 11.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