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맡김1 비에 젖다 어제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고 하늘도 꾸물거리는 상태였지만 한두 시간 안으로는 안 올 것이라는 생각에 무방비로 나갔다가 비를 만났다. 일단 다리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조금 더, 조금 더 하고 기다렸지만 비는 쉬이 잦아들 기세가 아니었다. 기다림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오겠다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냥 빗속으로 나서기로 했다. 지붕이 되어주었던 다리 그림자를 벗어나자 차가운 비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그러나 첫 몇 방울이 예민하게 느껴졌을 뿐 이내 감각이 둔해졌다. 몸이 흠뻑 젖게 되면서부터는 시원스러운 쾌감까지 생겨나 오히려 비를 즐기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갇혀 있던 다리 아래의 작은 공간에서는 미처 생.. 2021. 6.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