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3 강가에 서서 노을은 햇빛과 하늘과 공기의 관계가 만들어낸다.서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변화한 결과다.강가에 서서 서쪽 하늘과 강물에 비친 노을 보며 내가 지닌 관계의 그물망을 생각해 본다.돌도 오래 되면 품안이 너그러워진다는데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는 자타 공인의 늙은 나이가 되었으면서도 아직 작은 풀씨만 한 일에도 쉽게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나의 옹졸함에 대해서도.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흐르고 흘렀던가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2024. 11. 12. 노을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 서쪽 하늘에 노을이 장관이다.와아!집까지 서쪽을 바라보며 걸었다.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눈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사랑의 무게가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사랑은,사랑은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것이더이다- 김용택, 「 노을」-사랑이 그런가? 그런 것 같다.하지만 날개를 달거나 바윗덩어리를 짊어지는 일 모두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나누게 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아내가 있는 집 불빛이 환하다. 2024. 10. 5. 이서방네 노을 빨간내복님 집에서 식사는 늘 길다.정확하게 말하면 식사와 식사를 하고 난 뒤의 뒤풀이가 길다.매번 밤이 늦어서야 일어서게 된다.빨간내복님 댁을 방문하기 전 아내는 내게 9시 전후에는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즐거운 자리에만 가면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나의 버릇에 대한 경고였던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도 아내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기특하게도(?) 빨간내복님 댁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작동 이상으로 아내를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난 약속시간 지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빨간내복님 부부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할 뿐 나의 미필적 고의가 아닌 ‘의도적 고의’에 대해 그다지 탓을 하지 않았다. 아내도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즐거운 자.. 2013. 8.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