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손자친구를 보러간다. 멀리서 나를 알아볼 때마다 친구는 이제 막 시작한 걸음을 전 손력으로 가동시킨다. 끙끙거리며 품 안에 안길 때마다 느껴지는 꼼지락거림과 냄새의 살가움이라니······ "연애할 때 당신 보다 더 보고 싶은 거 같애" 라고 말해도 아내가 눈을 흘길 리 없는 나의 유일한 외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믓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 이정록의 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중에서 - 2017. 5.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