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by 장돌뱅이. 2017. 5. 30.

일주일에 한번 이상 손자친구를 보러간다.
멀리서 나를 알아볼 때마다 친구는 이제 막 시작한 걸음을 전 손력으로 가동시킨다.
끙끙거리며 품 안에 안길 때마다 느껴지는 꼼지락거림과 냄새의 살가움이라니······

"연애할 때 당신 보다 더 보고 싶은 거 같애" 라고 말해도
아내가 눈을 흘길 리 없는 나의 유일한 외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믓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 이정록의 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중에서 -

댓글